42서울 인터뷰 영상 촬영 준비과정에서 작성했던 질의응답지입니다.
Youtube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온 스물하나 문과 카뎃 yopark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제주도에서 쭉 살다가 서울 쪽 대학교를 와서 현재 정치외교학과 수업과 42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가 온라인이니까 그나마 되는거고 실제로 다니면 절대 못하지만요. (뭐 지금도 못할 일인건 마찬가지에요 ㅎㅎㅎ) 현재 42는 공통서클 거의 막바지에 와 있는데, 아마도 마지막 과제를 마치지 못하고 군대를 갔다와야 할 것 같아요…

개발자의 꿈을 꾸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개발자의 꿈을 갖게 되었나요?

피신 시작해서 아이맥 앞에 앉기 전까지는 생각도 안했습니다. 제가 지금 개발자를 꿈꾸고 있을 거라는 걸요.

수능 막 끝났을 때만 해도 C언어책이나 혼자 사서 정독하는게 끝이였고, 대학 와서는 쉬운 컴퓨터 교양 강의가 있으면 전혀 스트레스 안받고 재미있게 하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때 개발 쪽을 더 진지하게 알아보려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작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지금 내가 이렇게 소심한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무언가가 나타나면 그게 도전인지도 모르고 그냥 해버릴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 아이맥에 앉아서 터미널 창을 켜는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인생에 엄청난게 끼어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정말 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있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역시 강연와서 한번 듣고 실습하는거랑 직접 그 상황을 마주하는건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42 서울 지원 당시 상황과 지원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친구를 통해 전해들었어요!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지금은 부산에 있는 친군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하더군요. 이때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겨울방학 때 딱히 할게 없고, 원래부터 재미있게 하던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고, 돈도 준다고 해서 그냥 온라인 테스트 처음 시작날 시작시간 맞춰서 수강신청하듯이 다 신청해버렸습니다.

그렇게 피신 신청을 넣고 나서야 42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교수도 없고, 교재도 없고, 학위도 안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의 심각성을 잘 몰랐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대학교에 와서도 1대 다로 일방적으로 수업듣는 방식에 익숙해져있는 사람은 맞는데 그렇다고 그게 없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거 같다거나 뭐 두려움이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적어도 소프트웨어를 조금이라도 접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생각으로 들어왔습니다.

비전공자이신데, 프로그램 참여시 다른 전공자 교육생과 차이점을 느낀 점이 있었나요?

네, 많이 느꼈는데요. 특이한건 피신이나 본과정 과제 자체에서는 별로 못 느꼈고, 42과정 외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걸 바라볼 때 많이 느꼈습니다.

피신 들어오기 전에 체크인 설명회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관계자분이 설명해주신 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 생각을 했어요. “컴퓨터를 배우러 가고 그걸 통해 사람을 뽑는건데 어떻게 컴퓨터를 더 배운게 차이가 없을 수 있지?” 피신을 직접 경험해보니까 실제로 차이는 있었어요. 그런데 선발되는거 자체를 걱정하시는거면 그건 흥미와 노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차이였고, 자신이 ‘born2code’가 되면 피신과 본과정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제로 그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차이를 느꼈던 지점은… (아래 질문에 이어서)

만약 비전공자라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런데 진짜 차이를 느꼈던 지점은 도전을 해보려고 해도 뭘 알아야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간단한 계산기 프로그램 말고 코로나맵 같은 걸 만들고 싶죠. 그렇게 자신에게 필요한 코딩을 하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방송하는 것도 지겹도록 들었어요.

그런데 비전공자여서 생기는 문제는, 첫째로 함께 프로젝트를 할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 개발세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적응, 예를 들면 C++이나 비주얼 베이직이나 파이썬이 뭔가 비슷한 언어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미 체화하고 있다거나, 자료구조나 알고리즘을 듣고 이해해봤다거나, 자바스크립트, Docker 이런 기술이 최소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이 있다거나.. 이런게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냥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 개발자가 되는게 목적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덜컥 맨땅에 헤딩하는게 오히려 굉장한 비효율을 자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일단 기초는 하자” 물론 프로젝트에 온 힘을 쏟지 못하는 것은 아쉽겠지만, 저는 아예 개발세계 자체를 몰랐던 사람이라서 그냥 뭐라도 배우면 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42 공통 서클 자체가 기초적인 실무 기술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거라, 이게 뭐 힘들었던 고난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지금 기초를 쌓아가는 과정도 여전히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프로젝트에 활용해보기보다는 기술을 사용하면서 배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론트엔드나 이과 수학 같은건 42 내의 동아리에서 배우고 있구요. 어느정도 쌓인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제대로된 프로젝트도 한번 해봐야겠죠.

박용준 교육생 입장에서 보는 42 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곳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컴공을 가려면 이과를 선택하고 공부했어야 했고, 대학교에서 이중전공을 하려면 학점이 꽤 높아야 해서 매번 꿈도 못 꾸던 곳이었거든요. 솔직히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독학으로 모든걸 쌓아간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주변에서 머뭇거리던 저를 개발세계 안으로 잡아다 끌어놓아준 역할을 42가 해준 것 같아요. 정말 한끗 차이인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쌓이면 꾸준히 관심을 가지느냐 마느냐 그 습관이 굉장히 큰 차이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42 서울 교육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을 말해주세요!

진짜 하나도 아는게 없이 시작한 제 입장에서는, 피신이나 본과정 서브젝트를 하나하나 진행하면서 가장 신기한 점은 서브젝트를 처음 열어서 읽을 때의 심정과 서브젝트를 다 평가받고 털고 나올 때 심정에 굉장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서 C언어로 3D 게임을 만들어라고 하던가, C++로 웹서버를 만들어라고 하면 시작할 때는 솔직히 이해 안되는 걸 넘어서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내가 아는 그런 간단한 내용들로 그 대단한걸 만들어낼 수 있나 싶고, 하지만 서브젝트는 불가능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는걸 너무 잘 알기에 굉장히 막막합니다. 그런데 서브젝트를 계속 반복해서 읽고, 그 단어를 구글링해가면서 점점 그런 용어들에 적응을 해나가고, 직접 구현하고 코딩해보면서 실제 사용할 때 생기는 코드 차원의 문제를 며칠동안 보면서 해결해나갑니다. 동료평가를 받고 끝날 때쯤이면 마치 연금술과 같았던 고차원의 기술을 아주 저차원에서부터 원리를 싹 이해해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 성취감, 그리고 서브젝트를 하나 끝낼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게임 느낌도 나고. 이런 재미요소들이 정말 저를 매료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이클이 반복되다보면 터무니없는 기술을 보는 행위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내용을 볼 때 두렵고 배척하는 감정보다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다라는 안도감과 호기심이 먼저 들게 되는 것 같아요.

42 서울은 교수, 교재가 없는 대신 자기주도 학습과 동료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와 관련된 박용준 교육생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일은 그냥 자기가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됩니다. 교수나 학점 같은 권력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재미를 가져서 동기를 유발하거나 게임 경험치를 올리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동기를 유발하는 식으로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면 되죠.

하지만 협업 경험은 정말 개발 측면에서도 그렇고, 개발 외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서 언급드리고 싶어요. 제가 42에서 팀플을 하면 보통 1인분을 못합니다. 그쪽 분야와 용어들에 적응하고, 간단하게 코딩으로 만들어내고 하는 것들이 굉장히 다른 팀원들보다 느리기 때문이에요.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인데,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어야 하고… 그래서 자기주도 학습을 할 때보다 확실히 긴장되고 불안한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유지하더라도 내 몫을 포기해버리지만 않는다면 굉장히 얻어가는게 많습니다. 남의 코드를 읽고 이해하는 연습, 프로젝트가 커지면 커질수록 코딩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상세한 구현이라는 사실, 아주 조그만 기여였다하더라도 내 코드를 전체 flow에 넣는 연습, 미팅을 통해서 팀원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이런 모든게 실질적으로 개발자로 일하게 된다면 다시 경험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2에서는 협업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남는, 어쩌면 협업과 생존이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42에 들어와서 협업을 하다보면 뭔가 모순적이고 독특하고 교수, 교재가 없다는 그런 이상한 철학이 생각보다 잘 흘러가고 이론과 실무 양쪽의 장단점을 뭔가 교묘하게 잘 이어간다는 걸 아주 잘 이해하게 되실거에요.

42 서울 이외에 개발 작업하고 계신것이 있나요?

42 본과정과는 별도로 프론트엔드 공부를 조금조금씩 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흩어져있는 한국의 온라인 강의들을 모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앞에서도 말했듯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저에게 42서울을 소개해준 친구가 교육쪽에 관심이 있어서 그 친구와 같이 구상해보게 되었고,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소소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간날 때 정보를 모으고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42 서울 교육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교육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고 싶어요! (개발분야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느낀점이나 변화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위에서 다 말해버려가지고… 아주 개발과 벗어난 이외를 말하자면

42를 하면서 스물하나밖에 안먹은 저를 조금이라도 어른이 되게 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솔직히 스무살 때 성인이 되면서 자유를 떠밀려서 얻게 되긴 했는데, 이걸 어디다 써야되는지 전혀 감이 안왔고 그런 문화를 적응하는데 꽤 오래 걸렸거든요. 그런데 42 안에 들어와서 돈도 받고, 직접 사람들한테 요청도 하고 받기도 하고(지금 인터뷰도 그렇죠), 보다 사회 경험이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나눠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굉장히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문화를 일단 배웠으니까, 군대 갔다와서는 더 열심히 해야죠… 그때는 어려운 프로젝트나 인턴도 해보고 그럴 생각이에요.

개발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고 분야를 쉽게 닫아버리려고는 하지 않고 있어요. 조금더 깊숙하게 공부하다보면 프론트엔드가 맞는지, 백엔드, 게임, 어느 분야가 더 내 한 몸 바쳐 일할 수 있는지 느낌이 점점 올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무슨 분야에서 일하든 간에, 도움되는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도움된다는게 마냥 이타적이라는 게 아니구요, 결국 중요한건 유저와 소통하는 일이라는 걸 제 스스로 까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단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그다음에는 동료 개발자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그리고 나중에는 유저의 니즈를 십분 이해하는 코딩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코딩이 얼마나 더 재밌어질까요?!

마지막으로, 지원을 망설이는 예비 42 서울러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분명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보고 계신다면, 지금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있으시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저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망설이거나 걱정을 많이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막상 와보면 걱정하시는 것들 생각보다 별로 문제가 안됩니다. 특히 이쪽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조건이 안돼서 부득이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께는 정말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42 Seoul (1)

제주도에서 온 비전공 청년의 개발자 도전기 | 박용준 교육생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