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기』 독후감

혼자서 일하는 고독한 천재의 시대는 갔다

2022년 11월 27일

『함께 자라기』 독후감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42서울에 참여하면서 독학으로 개발자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말주변도 없었고 금방 코로나가 터져 자취방 안에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렇게 2021년 2월부터 불과 몇 주 전까지 군대를 다녀오게 되면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혼자 공부하곤 했다.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하고 컴퓨터도 느려서 간단한 토이 프로젝트나 PS를 파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때는 CS 전공 서적을 몇 달 내내 잡고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전역을 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도 참 답답했겠다 싶었다.

조금 환경 탓을 하자면, 코로나와 군대라는 환경은 도무지 기존 혼자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습관을 가졌던 나를 벗어나게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 공부를 하다보니 성장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아직 취업이 급하지 않은 나이라는 사실도 나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하는 개발 문화를 아직도 습관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가끔은 저 말이 의심되기도 하였다.

나보다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건 그저 시혜적인 일 아닐까?
과연 내가 얻는 게 있을까?

개발 공부를 시작한지 2년이 넘은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렇게 큰 폭으로 성장하지 못했기에 이젠 혼자서 멀리 가지 못했음을 인정해야겠다. 군대에서 이런 생각이 막연히 들때 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이 특히 좋은 점

군대에서는 컴퓨터보다는 책의 접근성이 훨씬 좋기 때문에 개발 도서를 많이 사서 읽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에 들지 못했다. 군생활 동안 구입한 책(절대 완독한게 아니다)을 시간 순으로 리스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만족했던 책은 볼드체로 표시하였다.

  1. 데이브 후버,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2. 남궁성, 『Java의 정석』
  3. 나동빈, 『이것이 취업을 위한 코딩 테스트다 with 파이썬』
  4. 찰스 펫졸드, 『CODE』
  5. 존 손메즈, 『커리어 스킬』
  6.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7. 조성준,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
  8. 김형신 역, 『Computer Systems: A Programmer's Perspective』
  9. 최종원 역, 『Computer Networking: A Top-down Approach』
  10. 최범균, 『JSP2.3 웹 프로그래밍: 기초부터 중급까지』
  11. 박상길, 『파이썬 알고리즘 인터뷰』
  12. 박민규 역, 『Operating System Concepts』
  13. 존 벤틀리,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14. 로버트 마틴, 『클린 코드』
  15. 로버트 마틴, 『클린 아키텍처』
  16. 마틴 클레프만,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
  17. 김창준, 『함께 자라기』
  18. 주홍철, 『면접을 위한 CS 전공지식 노트』

이렇게 모아보니 나름 엄선한다고 했는데 정말 많이 샀다. 솔직히 위의 책 중에 나쁜 책은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클린 코드』,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 같은 책들은 현업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말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고, CS 전공서적은 시험이 없으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

볼드체를 한 4권 중에 『함께 자라기』 빼고는 모두 기술서적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함께 자라기』는 개발자 마인드셋에 관련된 책 중에 유일하게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나의 상황과 맞물려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성적으로 하게 해준 책이다.

독후감

원래는 북마크해둔 곳을 발췌하려고 하였으나, 이 책은 정말 모든 부분이 의미 있다. 책 크기가 작고 200쪽이 채 안돼서 앉은 자리에서 읽을 수 있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고등학교 때까지 해왔던 '학교 공부' 방식을 버리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법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 비전공자로서 학력이 직무 성과와 상관계수가 0.1밖에 되지 않음에 감사했다.
  • 그냥 개발문서를 공부하는 것보다 뭐라도 필요한 걸 코딩으로 만들어보는게 훨씬 도움된다. "작지만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매일 작성할 것을 추천합니다"
  • 1만 시간의 법칙 저자는 1만 시간의 경력을 얘기한 게 아니라, 1만 시간의 의도적 수련을 얘기한 거다. 의도적 수련을 위해서는 ① 결과의 타당성 ② 빠른 피드백 ③ 적절히 어려운 난이도 의 과제나 환경을 스스로 찾아서 빠져야 한다.
  • "실수를 하면 안돼"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떨리고 잘 하던 일도 못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사실 내가 실수해도 별 생각 없다.
  • 내가 무언가 도입하려 하거나 추진하려고 할 때,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밀도다. 친밀도를 사회적 자본이라고까지 추켜세우는 이유는 실제로 이 친밀도에서 비롯된 추진력이 자본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일하는 고독한 천재의 시대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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